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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물 학교급식을 시도한 서울 초등학교 영양교사 남상진 교사

건강 다이제스트 대담

by armes 2020. 1. 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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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학교급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학교급식에서 5분도미 쌀밥을 급식한 영양교사가 있다. 100% 현미는 아니지만 획기적인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흰쌀밥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입맛에 과연 반발은 없었을까?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학생, 학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였을까? 현재는 서울홍연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겼고, 한국식생활교육연대 중부지부장을 맡고 있는 남상진 영양교사를 만나봤다.

 

글 · 대담 | 통곡물자연식운동본부 강지원 상임대표

 

강지원 : 2016년과 2017년, 2년에 걸쳐 서울 재동초등학교에서 학교 점심시간에 통곡물 쌀을 급식하였다는데 사실인가요?

남상진 : 네, 제가 2013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서울재동초등학교에서 영양교사로 근무하였는데, 마지막 2년 동안 학교급식에서 쌀을 확 바꾸었습니다. 다만 100% 통곡물 쌀인 현미를 사용하지는 못했고 5분도미를 사용하였습니다.

강지원 : 100% 현미를 사용하지 못하고 5분도미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요?

남상진 : 2016년 2월 첫 도입 당시 통곡물 쌀 급식을 위해 학생들의 반응 및 식감 테스트를 해 보았더니 현미는 너무 딱딱해 식감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고, 현미의 경우 하루 전부터 불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우선 5분도미로부터 시작하고 차츰 변화하는 상황을 관찰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 후 5분도미도 3월 2주간은 5분도미 60%로 급식하고 3주차에는 70%, 4주차에는 80~90%로 늘린 다음 4월부터 100%로 급식하는 단계를 밟았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입맛이 워낙 흰쌀밥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변화를 위해서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강지원 : 비록 5분도미이지만 학셍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남상진 : 사실 처음에는 학생들로부터 못 먹겠다는 반발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시해 보니 학생들이 의외로 잘 따라 주었습니다. 흰쌀인지, 5분도미인지 잘 구별하지 못하겠다고 하고, 차츰 먹다 보니 오히려 ‘맛있다’ ‘고소하다’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강지원 : 학부모들의 반응도 중요했을 텐데, 어떠했나요?

남상진 : 좋은 급식을 한다고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여기에는 학교 소재지가 서울 종로구 북촌이라는 특수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전통 한옥과 먹거리가 많은 곳이어서 주민들의 이해도가 높았을 것입니다.

 

평소 통곡물식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남상진 영양교사는 초등학교 학생에게 흰쌀밥 대신 5분도미를 급식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화제를 낳았다.

 

강지원 : 과거의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학부모나 학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였나요?

남상진 : 학부모 대상으로 급식설명회나 5분도미 급식 직접 먹어 보기 체험, 설문조사, 중간보고회, 가정통신문 통지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설명의 기회를 가졌고, 학생들에게도 교장 선생님이 직접 나서서 동영상을 제작해 5분도미의 영양과 씹기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교육도 하였습니다. 설문 조사와 교내 방송, 연중 수시로 씹기, 급식 안 남기기 식생활 교육을 하고, 특히 ‘재동초 생활본’에 씹기 실천 기록장을 수록, 자신이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였습니다.

강지원 : 씹기 운동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신 건가요?

남상진 : 씹기 운동은 정말 중요합니다.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입에 들어온 음식물을 잘게 부수고 으깨어 주게 됩니다. 이때 귀, 혀, 턱 밑에 있는 침샘에서 침이 나와 침 속의 소화효소가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치아와 턱 밑 관절이 튼튼해지는 것은 물론, 뇌신경을 자극해 두뇌활동이 활성화되고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한 번에 몇 번씩 씹었는지를 생활본에 체크하게 하였는데, 처음에는 20회 이상이 거의 어렵더니 점차 횟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강지원 : 씹기 운동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남상진 : 그동안 워낙 부드러워 씹기 운동이 어려운 흰쌀밥에 익숙해져 있었던 탓도 크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후다닥 밥을 빨리 먹고 나가서 뛰어 놀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에 씹기 운동이 쉽지 않았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점심시간의 씹기 운동을 통해 참을성을 기르고 인성교육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지원 : 혹시 변경 이전과 이후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보지는 않았나요?

남상진 : 그 점이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영양학적 비교나 여러 가지 신체지수 변화 등을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예산상의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만 식생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약간의 변화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5분도미 급식 만족도는 학부모의 경우 매우 좋다-58.9%, 좋다-35.7%, 보통-5.4%, 싫다-없음이었고, 학생의 경우 매우 좋다-37.5%, 좋다-35.7%, 보통-7.1%, 싫다-1.8%로 나타났습니다.

5분도미 급식 후 자녀의 식생활 변화를 묻는 설문에는 46.4%가 “밥맛이 고소하다며 현미나 5분도미 밥 등 다양한 밥을 잘 먹는다.”고 답변하였습니다.

강지원 : 학교급식을 운영하면서 통곡물 급식을 위해 노력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남상진 : 저는 이제 학교급식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간편식 위주의 식생활과 달고 짠 음식, 고열량, 고지방 먹거리에 영양 과잉, 영양 불균형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위협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급식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에 좋은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활짝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삼시세끼 밥은 그냥 밥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한 나라의 미래까지도 좌우할 만큼 위력적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

 

 

 

건강다이제스트  kunkang19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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